솔라나와 XRP 원장(XRPL)이 ‘언젠가 올지 모르는’ 위협으로 여겨졌던 양자 컴퓨팅을 전제로, 포스트 양자 암호 적용 가능성을 실제 환경에 가깝게 점검하고 있다. 핵심은 지금 당장 네트워크의 보안 체계를 갈아엎는 일이 아니라, 기존 블록체인 인프라가 의존해온 공개키 암호 기술이 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특히 구글 퀀텀 AI 연구팀이 학계 및 이더리움 재단과 함께 발표한 연구에서, 미래의 강력한 양자 컴퓨터가 오늘날 널리 쓰이는 타원곡선 기반 암호화(ECC)를 예상보다 빠르게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커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XRPL은 분산 원장 구조의 유연성을 앞세워 ‘키를 갈아끼우는’ 운영 전략까지 포함한 대비책을 강조하고, 솔라나는 고성능 처리량을 유지하면서도 양자 내성 서명 체계를 적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자 내성 전환은 암호화폐 투자 서사를 넘어, 실물자산 토큰화(RWA)처럼 기관 자금이 들어오는 디지털 금융의 신뢰 기반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네트워크의 실험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선 과제로 읽힌다.
구글 퀀텀 AI와 이더리움 재단 연구가 던진 경고와 블록체인 보안의 방향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베이직 보도에 따르면, 구글 퀀텀 AI 연구팀은 학계 연구진 및 이더리움 재단과 진행한 최신 연구에서, 충분히 발전한 양자 컴퓨터가 현재의 ECC 기반 체계를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처럼 공개키 암호에 기반한 네트워크가 구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거래가 처리되는 짧은 순간을 노린 이른바 ‘온스펜드(on-spend)’ 공격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이 논의가 민감한 이유는, 취약점이 발견되면 패치로 봉합해온 기존 보안 업그레이드 관행이 양자 위협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한 번에 대규모로 신뢰가 무너질 경우 복구 창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그레이스케일이 솔라나와 XRPL을 ‘양자 내성’ 전환 논의의 대표 사례로 거론해온 배경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련 맥락은 그레이스케일의 양자컴퓨팅 블록체인 위험 논의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업계의 공통된 전제는 ‘당장 깨지느냐’보다 ‘깨질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얼마나 빨리 전환 경로를 확보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경쟁의 초점은 알고리즘의 우열만이 아니라, 합의·지갑·계정 구조까지 포함한 전체 설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솔라나, Ed25519 기반 생태계에서 포스트 양자 서명 실험으로
솔라나의 현재 서명 체계는 지갑, 검증자, 트랜잭션 승인 전반에서 널리 쓰이는 Ed25519에 기대고 있다. 고전적 컴퓨팅 환경에서는 강력한 방식으로 평가되지만, 양자 공격에 대한 내성은 별개의 문제로 거론돼 왔다. 솔라나 측은 즉각적인 교체보다는, 장기 설계 차원에서 양자 내성 서명 방식이 고처리량 환경에서도 성립하는지 확인하는 접근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솔라나는 암호 기술 전문 기업 프로젝트 일레븐(Project Eleven)과 협력해, 테스트 네트워크에서 양자 내성 트랜잭션 모델을 가정한 검증자 동작과 지갑 연동을 점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목표는 ‘대체 알고리즘을 채택한다’는 선언보다, 전환이 필요해지는 시점에 자산·주소·키를 어떻게 안전하게 옮길지까지 포함한 마이그레이션 경로를 손에 쥐는 데 있다.
실무 관점에서 이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솔라나가 속도와 비용 효율을 중시하는 네트워크라는 점과 맞물린다. 포스트 퀀텀 서명이 연산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 네트워크의 장점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솔라나의 선택은 ‘방어’라기보다 ‘선택지 확보’에 가깝고, 그 선택지가 현실적인 운영 조건을 만족하느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XRP 원장, 키 회전과 ML-DSA 테스트로 ‘운영 가능한’ 양자 대비를 겨냥
XRP 원장은 양자 위협 대응에서 ‘구조적 유연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사례로 반복해서 언급돼 왔다. 크립토베이직 보도에 따르면, 구글 연구진은 XRPL이 양자 컴퓨팅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선두 주자로 거론됐다고 전해졌다. 특히 검증자들을 중심으로 양자 내성 알고리즘을 검증할 테스트 환경을 마련하고, 차세대 서명 방식으로 알려진 ML-DSA를 선제적으로 실험하는 움직임이 평가 요소로 거론됐다.
XRPL이 다른 네트워크와 차별화된 지점으로는 ‘키 회전(Key Rotation)’이 꼽힌다. 공개키가 한 번 노출되거나 장기적으로 취약해질 경우, 계정을 유지하면서도 키를 갱신할 수 있는 구조는 운영 측면에서 중요한 방어 수단이 된다. 실제로 기관들이 요구하는 것은 선언적 로드맵보다, 장애 없이 바꿔 끼울 수 있는 절차와 책임 소재가 분명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다.
이 논의는 RWA 시장 확대와도 맞물린다. XRPL이 미국 국채를 포함한 실물 자산 토큰화 흐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양자 내성 확보는 거래 안전성과 규제 대응, 기관 신뢰를 동시에 건드리는 이슈가 된다. ‘양자 대비’가 과학기술 담론에 머물지 않고, 자산이 올라오는 분산 원장의 신뢰를 어떻게 담보할지로 번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