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 휘말렸다. 2024년 3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거래소를 통해 이란 연계로 의심되는 자금이 10억달러를 넘게 흘러갔다는 내부 조사 정황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이를 추적하던 조사 인력들이 해고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테이블코인 USDT가 트론(Tron) 네트워크에서 대규모로 이동한 점이 핵심 단서로 거론된다. 해당 기간은 국제 제재와 자금세탁방지(AML) 집행이 강화되는 흐름과 겹치며, 업계 전반의 규제 준수 역량과 기업 거버넌스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바이낸스는 의혹 거래가 실제로 제재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고, 인력 이탈까지 겹치며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Fortune 보도로 불거진 바이낸스 내부 조사와 인력 해고 논란
2월 13일(현지시간) Fortune는 바이낸스 내부 컴플라이언스 조사팀이 이란과 연결된 것으로 의심되는 주체들이 2024년 3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거래소를 통해 10억달러를 넘게 수령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해당 자금 흐름은 주로 USDT로 표시됐고, 트론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를 제기한 조사팀 인력 가운데 최소 5명이 해고됐으며, 해고는 2025년 말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사법기관 출신으로, 고위 조사 직책을 맡았던 인물도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Fortune은 최근 수개월 사이 최소 4명의 고위 규제 준수 인력이 추가로 회사를 떠났거나 사실상 퇴출됐다고도 보도했다.
이 이슈는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제재 리스크를 둘러싼 판단과 보고 체계가 경영진과 어떻게 충돌했는지라는 내부 갈등의 본질을 드러낸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제재·AML 이슈는 곧바로 법적 문제와 연결되며, 조직 문화와 권한 구조까지 시험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트론 기반 USDT와 제재 집행 사례가 만든 금융 규제 압박
이번 논란의 기술적 키워드는 트론 기반 USDT다. 업계에서는 트론 네트워크의 USDT가 다양한 지역에서 결제·송금 수요와 함께 확산해 왔고, 동시에 제재 회피나 불법 자금 흐름 감시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왜 하필 트론과 USDT의 조합이 계속 문제의 현장에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든다.
실제 집행 사례도 이어졌다. 이달 초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영국 등록 디지털자산 거래소 2곳인 Zedcex와 Zedxion을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OFAC 및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 Labs, Chainalysis 보고에 따르면, 두 거래소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약 1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한 혐의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트론 기반 USDT가 활용된 거래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언급됐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낸스 논란은 개별 기업 이슈라기보다, 스테이블코인 유통과 네트워크 선택이 금융 규제의 초점이 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시장 참여자들은 규제 환경 변화가 거래소의 상장·출금 정책, 체인 지원 전략, AML 모니터링 비용까지 어떻게 바꿀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 규제 흐름은 SEC 암호화폐 규제 변화처럼 글로벌 감독 기조의 변화와도 맞물려 해석된다.
바이낸스 기업 거버넌스와 투명성 시험대, 업계 리스크 관리로 확산
바이낸스는 의혹 거래가 제재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단정적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내부 조사 결과를 둘러싼 인력 해고와 고위 준법 인력 이탈 보도가 겹치면서, 시장이 묻는 질문은 더 직접적이다. “리스크 관리 조직이 경영 의사결정에서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었는가, 투명성은 충분했는가”라는 점이다.
이런 문제 제기는 이란의 달러 유동성 확보 움직임과도 연결된다. 지난 1월 이란 중앙은행이 리알화 약세 압박 속에서 5억달러 이상 규모의 USDT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고, 블록체인 분석업체 Elliptic은 전통 은행 시스템 바깥에서 경화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을 분석했다. 사실상 달러 기반의 ‘병행 준비금’ 구축 시도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스테이블코인이 지정학적 변수와 결합할 때 거래소의 통제 책임이 어디까지인지가 더 선명해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이 바이낸스의 글로벌 운영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기관의 시선이 엄격해질수록 거래소는 의심 거래 탐지, 체인 분석, 제재 스크리닝 고도화에 더 많은 비용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바이낸스를 둘러싼 미국 시장 대응 기조 변화는 Binance 미국 전략 재편 논의와도 맞물려, 향후 조직 재정비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결국 쟁점은 단일 거래의 진위 여부를 넘어, 기업 거버넌스가 규제 리스크를 어떻게 흡수하고 내부 경보를 경영진이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에 있다.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과의 접점을 넓히는 과정에서, 컴플라이언스 조직의 위상은 비용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