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정책 조정 방향을 발표하면서 지방정부와 노동계의 요구가 맞물리고 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노총은 중앙에 집중돼 있던 노동 행정을 지역으로 넓혀 달라고 촉구했고, 지방이 ‘모범 사용자’로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흐름은 일자리와 경제의 연결고리를 다시 부각시킨다. 산업 현장에서는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같은 오래된 문제가 반복되는 한편, 플랫폼·프리랜서 등 새로운 형태의 일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방정부가 감독과 지원을 강화하면 노동시장의 안전망이 촘촘해질 수 있지만, 권한과 재원 배분을 둘러싼 조율이 과제로 남는다. 선거 국면에서 각 정당과 후보가 내놓을 공약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 그리고 지역 단위의 고용촉진 방안이 실업률과 고용의 질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정부 고용 정책 조정 발표 이후 커지는 지방정부 역할론
노동계를 중심으로 “노동 정책의 주체를 지방으로”라는 요구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지역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용 문제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국노총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 존중 지방자치 시대로’를 슬로건으로 정책 요구안을 내고, 노동 감독과 노동시간 단축 같은 의제를 지방이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특히 지방정부가 먼저 사용자로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이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 287만5000개 가운데 약 71만개가 무기계약직·기간제·간접고용 등 비정규 형태로 분류된다.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하자는 제안은, 공공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는 같은 기관 안에서도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과 복리후생 격차가 발생해 갈등이 반복돼 왔다. 지방이 먼저 ‘모범 사용자’ 모델을 만들면, 지역의 고용 질을 끌어올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게 한국노총 논리다. 다음 쟁점은 이 역할을 수행할 권한과 조직을 지방이 실제로 갖추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지방 노동감독 체계 구축과 소규모 사업장 상시 점검 요구
요구안의 또 다른 축은 ‘지역 노동감독’이다. 한국노총은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 제정으로 30인 미만 사업장 감독 권한이 지방정부로 넘어가는 만큼, 지방 단위 감독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제조업 비중이 큰 지역에서는 산업재해 예방, 서비스업 중심 지역에서는 임금체불과 장시간 노동 점검 등 지역 산업 구조에 맞춘 상시 감독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시·군·구 단위의 공공 안전보건지원센터 설치, 공동 안전관리자 배치 같은 장치를 제안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현장 점검과 컨설팅을 결합해 예방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다.
디지털 전환이 빨라질수록 고용의 이동도 빨라진다. 지역에 새로 들어서는 물류, 배달,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노동 형태는 더 세분화되고, 감독 사각지대도 함께 커진다. ‘지방이 노동시장 최전선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질문이 정책의 효율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주 4.5일제와 생활임금 확산 논의가 고용 촉진으로 이어질까
한국노총은 지방정부 주도의 주 4.5일제 도입과 ‘실노동시간 단축 조례’ 제정도 요구했다. 공공부문이 시범 도입한 뒤 민간으로 확산시키되, 기업에는 노동시간 단축 고용지원금 같은 인센티브를 신설해 충격을 완화하자는 방식이다. 금요일 오후 휴무, 격주 4일제, 하루 1시간 단축 등 다양한 모델을 지역 여건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이 논의는 단순한 복지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성 개선과 채용 확대가 연결될 경우 고용촉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반대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신규 채용이 줄어 실업률 개선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결국 제도의 설계가 관건이다. 공공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 충격을 줄이고, 업종별로 다른 근무 구조를 반영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임금도 지역 격차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쟁점이 됐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현재 243개 지자체 중 130개(53.5%)가 생활임금을 도입했지만, 대구시와 경상남도 산하 시·군·구에서는 생활임금 조례를 만든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것으로 제시됐다. 한국노총은 공공기관 중심으로 제한된 적용 대상을 민간위탁기관과 용역업체 노동자까지 넓히고, 생활임금 적용 기업에 공공입찰 가점 같은 유인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플랫폼·프리랜서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 설치, ‘일하는 사람 권리 보호 조례’, 프리랜서 표준계약서 보급과 경력 인증체계 구축도 요구안에 담겼다. 채용공고에 임금·복리후생 등 조건을 명시하도록 하고 성평등 공시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은, 디지털 기반 채용이 보편화된 환경에서 정보 비대칭을 줄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한국노총은 이 요구안을 각 정당에 전달했고, 지역본부별로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공약은 15일 후보자 등록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