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 Platforms)가 유럽을 중심으로 빨라지는 국제 규제 변화에 맞춰 자사 컴플라이언스 메커니즘을 다시 조정하고 있다. 핵심은 개인정보 기반 광고와 범용 AI 운영에서 요구되는 규제 준수 체계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디지털시장법(DMA) 집행이 본격화되며, 메타의 ‘pay-or-consent’(개인정보 처리 동의 또는 유료 이용) 모델이 도마에 올랐다. 동시에 EU 집행위원회가 범용 AI 모델을 위한 최종 ‘AI 실천 강령(Code of Practice)’을 공개하면서, 메타는 서명 거부라는 강수를 뒀다. 한쪽에서는 광고 수익과 데이터 활용의 경계를 다시 그어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AI 규정의 해석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 결국 이번 정책 변경은 단일 사안이 아니라, EU 규제 당국의 집행 강화 흐름 속에서 메타가 선택한 ‘선별적 수용과 법적 대응’ 전략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EU 디지털시장법(DMA) 집행 강화 속 메타의 ‘pay-or-consent’ 고수
EU는 DMA를 통해 대형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개인정보 기반 비즈니스 관행을 겨냥해 왔다. 메타는 이에 맞춰 유럽에서 ‘pay-or-consent’ 모델을 운영하며 광고 타기팅을 위한 데이터 처리에 이용자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EU 집행위원회는 변화의 폭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을 유지해 왔다.
메타는 2024년 4월 EU로부터 2억 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고, 이후 추가 조정 압박이 이어졌다. 특히 EU 집행위원회는 메타가 현 모델에 대해 추가 변경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일 경우, 위반 시정 압박 수단으로 일일 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제재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이 국면에서 메타의 대응은 ‘즉각적 전면 수정’보다는, 사업 모델의 핵심을 지키면서 규제 해석을 둘러싼 다툼 여지를 남기는 방식에 가깝다.
이 같은 긴장은 디지털 산업 전반의 규제 리스크를 키운다. 실제로 거래소나 결제·금융 플랫폼 역시 각국 감독 기조에 따라 내부 통제 체계를 손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 조정 흐름처럼 ‘규정 변화가 곧 운영 프로세스 변경’으로 직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결국 메타의 선택은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거버넌스가 어디까지 규제 대상이 되는지 가늠하는 기준선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U AI 실천 강령 공개 이후 메타의 서명 거부와 법적 요구사항 논쟁
EU 집행위원회는 범용 AI 모델을 위한 최종 AI 실천 강령을 공개했고,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서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강령은 AI Act(2024년 제정)의 투명성·안전성 요구를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성격이 강하다.
메타는 여기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메타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인 조엘 카플란(Joel Kaplan)은 강령이 과도하며 혁신과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모델 개발자에게 법적 요구사항 해석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메타가 AI 규정 전반을 부정한다기보다, ‘법률의 범위를 넘어서는 추가 의무 부과’로 받아들이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반면 경쟁 구도는 단순하지 않다. OpenAI는 강령 참여 의사를 밝히며 다른 메시지를 냈고, 산업계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 요구가 나왔다. ASML, Airbus 등이 시행 연기(2년) 요구 서한에 참여한 사실은, 유럽 제조·첨단산업 생태계에서도 AI 규제의 비용과 책임 구조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어떤 안전장치를 갖추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질문이 이제 AI 모델의 기술 경쟁력만큼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이 이슈는 AI만의 문제가 아니다. 감독기관과 사업자 간의 해석 충돌이 커질수록, 내부 통제와 보고 체계의 표준화가 핵심 과제가 된다. 최근 업계에서 거론되는 내부 컴플라이언스 갈등 사례처럼, 규제의 언어가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까지 바꾸는 장면이 늘고 있다. 메타의 서명 거부는 그 자체로, 향후 EU와의 협상에서 어떤 ‘준수 모델’이 표준이 될지 가늠하게 하는 신호탄이 됐다.
DMA를 둘러싼 논쟁은 ‘이용자 선택권’과 ‘데이터 기반 광고’의 충돌 지점에서 벌어진다. 메타가 강조하는 선택권이 실제로 유의미한 대안인지, 아니면 사실상 동의를 강제하는 구조인지가 향후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광고와 AI를 가로지르는 컴플라이언스 메커니즘 조정이 디지털 경제에 미치는 파장
메타의 움직임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동시에 두 전선에서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는 실험’이다. 개인정보 영역에서는 DMA 집행에 맞춰 광고 상품, 동의 흐름, 데이터 처리 근거를 재정비해야 하고, AI 영역에서는 강령과 법령 사이의 간극을 둘러싼 해석 싸움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메타의 컴플라이언스 조직은 단순한 법무 지원을 넘어, 제품 설계 단계부터 위험을 줄이는 방식으로 메커니즘을 조정하는 쪽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변화도 있다.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려면, 이용자 알림과 선택 화면의 문구·흐름, 데이터 최소화 원칙 적용 범위, 감사 가능한 로그 체계 같은 ‘보이지 않는 인프라’ 투자가 늘어난다. 반대로, 조정이 미흡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벌금뿐 아니라 서비스 구조 변경 압박이 재점화될 수 있다. 광고 매출 비중이 큰 플랫폼일수록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런 규제 경쟁이 유럽만의 이슈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 관할권에서 비슷한 질문이 반복될 때, 글로벌 플랫폼은 지역별로 다른 규정에 맞춰 운영 체계를 쪼개거나, 아예 전 세계 공통 기준을 높여 대응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결국 메타의 정책 변경은 ‘규제 준수 비용’이 제품 로드맵과 수익 모델을 얼마나 바꾸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메타가 DMA 국면에서 추가 조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AI 실천 강령에는 불참을 택한 것은, 유럽 규제 당국과의 힘겨루기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EU가 제시하는 기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될지, 혹은 기업들의 법적 대응과 로비, 기술적 우회 설계로 재조정될지는 앞으로의 집행 수위와 판례 축적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