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내놓으며 산업과 행정 전반의 AI 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새 정부의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기업과 공공 영역을 아우르는 15개 과제를 중심으로 한 ‘30대 선도 프로젝트’ 구상을 공개했다. 정부는 생산연령인구 감소,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로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했고 실제 경기 흐름도 이를 밑돈다는 진단을 전면에 배치했다.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 ‘선택과 집중’을 내세운 이유다. 이번 계획은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피지컬 AI, 자율주행·자율운항, 온디바이스 반도체 생태계, 공공서비스 자동화까지 촘촘히 연결한다. “향후 5년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정부의 문제의식은, 기술 경쟁이 곧 성장 동력의 재편을 뜻하는 디지털 경제의 현실을 겨냥한다. 이 전략이 미래 산업 지형을 바꾸는 혁신의 분수령이 될지, 이제 실행 설계와 규제 정비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 국가 인공지능 발전 계획 발표로 ‘AI 대전환’ 15개 과제 추진
22일 브리핑에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이 함께 참석해 범부처 추진 구도를 강조했다. 정부는 경제·사회 전 분야를 관통하는 인공지능 중심 재설계를 통해, 단기 성과와 중장기 체질 개선을 동시에 노린다는 구상이다.
기업 분야에서는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목표로 7개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3대 강국’ 진입, 자율주행차 상용화, 완전 자율운항 선박 개발, 글로벌 AI 가전 시장점유율 1위, 완전 자율비행 드론 개발·활용, 주력 업종의 AI 팩토리 전환,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포함됐다.
정부가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묶어 제시한 것은, 제조·모빌리티·가전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AI 경쟁력에 따라 재편될 수 있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로봇과 자율주행 같은 영역은 규제, 안전, 데이터, 부품 공급망이 얽혀 있어 단일 부처만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피지컬 AI와 제조 혁신이 맞물리는 이유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AI 팩토리 전환은 단순히 ‘새 산업’이 아니라, 생산성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됐다. 정부가 지적한 대로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구조적 변수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자동화·지능화는 산업 현장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공장 설비 데이터가 표준화되지 않으면 AI 도입이 지연되고, 반대로 데이터가 쌓이면 불량 예측·공정 최적화로 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경험이 확산돼 왔다. 정부가 ‘주력업종 AI 팩토리’를 별도 과제로 둔 배경에는, 이런 전환을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공공부문 인공지능 정책: 복지 고용 납세 신약심사까지 자동화 확대
공공 영역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복지·고용 서비스, 납세 시스템 전면 자동화, AI 신약 심사 추진이 제시됐다. 디지털 행정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자동화할 것인가”가 늘 논쟁이었는데, 이번에는 범위를 명확히 넓히는 방향으로 선을 그었다.
특히 납세 절차의 자동화는 민원·행정비용 절감 효과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정책 집행과도 연결된다. 신약 심사에 AI를 적용하겠다는 방침 역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속도전과 맞물린다. 심사 지연이 혁신 속도를 늦춘다는 업계의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제도 설계와 책임 소재를 어떻게 정교화할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기반 정책으로 공공데이터 개방을 내세우고, 데이터 활용 역량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또한 분야별로 경쟁력 있는 버티컬 AI를 확보하겠다는 방향을 함께 제시해, 행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민간 혁신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시험대에 올렸다.
가이드라인과 거버넌스 강화 흐름과의 연결
공공 영역의 AI 활용은 이미 제도 정비가 병행돼 왔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공공부문 전용 실무 지침인 ‘초거대 AI 도입·활용 가이드라인 2.0’을 통해 110건 이상 활용 사례와 점검 항목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확대’에 방점을 찍을수록, 이런 지침의 실효성과 현장 적용력이 중요해진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 기능을 확대하는 개정안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부처와 지자체에 ‘인공지능책임관’을 지정해 정책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방향은, 공공 AI 사업이 부처별로 흩어져 중복·비효율이 생긴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AI 기술 인프라와 인재 전략: GPU 5만장 확보와 AI 기본법 정비
이번 발전 계획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컴퓨팅 기반을 ‘국가적 과제’로 격상한 점이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민관 협력으로 GPU 5만장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모델 개발과 서비스 운영이 결국 연산 자원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정책 전면에 올린 셈이다.
재정·R&D 측면에서는 2025년 국가 R&D 예산이 역대 최대 24.8조 원으로 확정됐고, 이 가운데 AI·반도체·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에 4.3조 원이 배정된 흐름이 이미 진행 중이다.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이런 재원 흐름을 실물 산업 프로젝트와 연결해 ‘성과’로 환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제도 정비도 병행된다. 정부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AI 기본법을 개선하고 하위 법령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윤리와 규제가 기술 확산의 병목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공공 도입이 늘어나는 만큼 책임성과 통제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다.
스타트업과 인재 유치: 모태펀드부터 ‘AI 한글화’까지
생태계 측면에서 정부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모태펀드와 민간 벤처투자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기준으로 정책펀드(8,100억 원)와 AI 컴퓨팅 바우처 같은 지원 수단이 언급돼 왔는데, 이번 전략은 이러한 도구들을 ‘선도 프로젝트’ 성과 창출과 연결하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인재 전략은 ‘전 국민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AI 한글화’로 표현됐다. 학생, 청년·군인, 일반 국민, 전문가 등 대상별 맞춤 교육을 통해 활용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AI 전문가 순 유입국 전환, 인재 유치 매력도 20위권 진입 같은 목표도 내걸었다.
결국 관건은 숫자가 아니라 실행 속도다. 산업 현장과 공공 서비스에서 체감 가능한 변화가 나오면, 이번 정책은 ‘계획 발표’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의 투자와 규제 정비를 끌어내는 촉매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