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가 그레나다에서 해외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취임 이후 첫 대외 외교 활동의 무대를 열었다.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 작전 이후 국정 운영을 맡아온 로드리게스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접촉면을 넓히는 행보를 이어왔고, 이번 방문은 그 연장선에서 읽힌다. 남미 대륙 밖 카리브 국가를 선택한 배경에는 정치적 상징성뿐 아니라, 에너지와 치안, 경제 협력 등 지역 현안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드리게스의 첫 해외 일정은 이미 예고됐던 이웃 콜롬비아와의 정상회담 계획과도 연결된다. 콜롬비아 대통령실은 3월 5일(현지시간)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13일 로드리게스와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회담 장소는 국경 도시 쿠쿠타로 공지됐다. 베네수엘라 정국 급변 이후 국제 관계 재정비가 시급해진 상황에서, 카리브의 그레나다 방문과 콜롬비아 회담 추진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대외 접촉을 다변화하는 흐름으로도 해석된다. 외교 채널을 넓히는 움직임이 실제로 지역 안보와 에너지 시장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레나다에서 시작된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의 해외 공식 방문 외교
이번 외교 방문은 베네수엘라 권력 공백과 과도 체제 논란 속에서, 로드리게스가 ‘국가 대표’로서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각인하려는 첫 공식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카리브 지역은 남미와 북미, 대서양을 잇는 전략적 공간이어서, 상징적 메시지와 실무 협의가 함께 오가는 곳으로 꼽힌다.
로드리게스는 최근 대외 접촉에서 에너지·광물 분야 협력과 투자 유치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전날 더그 버검 미국 내무장관 겸 국가에너지위원장의 예방을 받은 뒤, 로드리게스는 인스타그램에 광업 의제를 검토하고 투자 흐름과 신기술 정보를 교환했다고 적었다. ‘국가 발전과 국민 복지’를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문구도 덧붙였는데, 이번 그레나다 방문의 기조 역시 이런 외교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이런 흐름은 정치적 정당성 확보와 동시에, 경제 회복을 위한 ‘대외 창구’ 확대라는 현실적 목적과도 연결된다. 과도 체제에서 대외 신뢰를 어떻게 축적하느냐가 향후 협상력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정상회담 추진과 국경 치안 협력 의제
그레나다 일정과 맞물려 주목받는 것은 콜롬비아와의 정상회담 추진이다. 콜롬비아 대통령실은 3월 5일(현지시간) 페트로 대통령이 13일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장소는 베네수엘라 접경지인 노르테데산탄데르 주 쿠쿠타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쿠쿠타는 양국 간 인적·물적 이동이 집중되는 관문이자, 치안 불안이 반복적으로 거론돼 온 지역이다.
회담의 핵심 의제로는 양국 관계 정상화와 경제·안보 협력 심화가 거론된다. 특히 약 2,200km로 알려진 국경 지대의 질서 회복은 민감한 현안이다. 마두로 정권 시기 베네수엘라를 은신처로 삼았던 콜롬비아 반군 및 마약 밀매 집단 문제는, 정권 교체 이후에도 양국 모두가 떠안은 과제로 남아 있다.
국경 안정화가 단순한 치안 이슈를 넘어, 무역 재개와 에너지 공급, 이주 문제의 ‘전제조건’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어떤 경제 합의도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외교가에서 나온다.
에너지 시장 개방과 Shell 계약 보도, 외교 활동의 경제적 계산
로드리게스의 최근 행보에서 또 하나의 축은 에너지 시장 개방과 투자 유치다. 콜롬비아 일간 엘 에스펙타도르는 콜롬비아가 베네수엘라산 연료 수출 물량 확보를 통해 자국 내 가스 공급 안정화라는 실익을 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콜롬비아 입장에서는 국경 정상화와 연료 조달을 연계해 ‘정치와 경제’를 동시에 풀려는 동기가 생길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 국영 방송 ‘TV FANB’ 보도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당국이 영국계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Shell)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TV FANB는 텔레그램 게시글에서 이번 협정이 산업 강화의 결정적 조치이며, 베네수엘라가 외국 기업 투자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목적지임을 재확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레나다에서의 첫 해외 공식 방문과 콜롬비아 회담 추진, 그리고 에너지 분야 대외 접촉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즉, 변화한 정치 지형 속에서 국제 신호를 적극적으로 발신하며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관건은 외교적 메시지가 실제 투자와 치안 협력, 공급망 안정이라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