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검색과 쇼핑을 넘어 서비스 전반에 인공지능(AI)을 깊게 결합한 통합서비스 확대 전략을 내세우며 플랫폼 재편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5년 11월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통합 콘퍼런스 ‘단(DAN) 25’에서 네이버는 ‘온서비스 AI’ 고도화의 핵심 축으로 에이전트N(Agent N)을 공개하고, 내년 1분기 쇼핑 에이전트, 2분기 대화형 검색 ‘AI탭’을 순차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사용자가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검색할지”를 고민하기보다, 대화로 의도를 전달하면 AI가 콘텐츠 탐색부터 구매·예약 같은 실행까지 연결하는 흐름을 만드는 데 있다. 검색 시장이 생성형 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네이버가 자사 플랫폼·데이터·결제·리뷰를 묶어 ‘실행형’ 경험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네이버 온서비스 AI 전략 고도화 에이전트N 공개와 서비스 적용 로드맵
행사 기조연설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년간 검색, 쇼핑, 로컬, 금융 등 주요 서비스에 AI를 접목한 결과 사용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매출 성장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쇼핑을 시작으로 검색·광고 등으로 고도화된 에이전트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내년 1분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에이전트를 먼저 적용하고, 2분기에는 통합검색이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진화한 AI탭을 선보일 계획을 제시했다. 사용자가 키워드를 정교하게 다듬는 대신 에이전트N과 대화하면, AI가 맥락을 이해해 적절한 콘텐츠·상품·서비스로 연결하고 다음 행동까지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가 제시한 방향은 ‘검색의 정답’ 경쟁이라기보다, 이용자 여정의 자동화와 실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AI가 추천한 결과에 쇼핑·플레이스·블로그·카페 등 다양한 데이터가 함께 반영되도록 설계해, 서비스 간 이동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러한 변화는 생성형 AI 확산 이후 검색 경험이 “질문-응답”을 넘어 “탐색-실행”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관련 시장 변화는 AI 기반 검색엔진 시장 변화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 바 있다.
AI탭 베타로 검증된 대화형 검색과 서비스 연계
네이버는 앞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를 대상으로 AI탭 베타 버전을 내놓고, 상반기 중 전체 이용자와 모바일 메인 검색창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탭은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입체적으로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고, 대화를 이어가며 탐색 범위를 자연스럽게 넓히는 방식이다.
예컨대 “내일 여자친구와 뭐할까”처럼 포괄적 질문부터 “강남에서 콘센트 있고 좌석 넓다는 리뷰 많은 카페”처럼 조건이 복합적인 요청까지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추천 결과에 플레이스 정보와 방문자 리뷰, 블로그 후기 등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함께 반영해, 정보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도 제시됐다. 네이버는 연내 스마트렌즈 연계 멀티모달 검색과 ‘선제적 탐색 제안’ 확장을 언급하며 검색 경험의 진화를 예고했다.
이 흐름은 광고·커머스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용자가 AI가 구성한 요약과 추천을 따라 이동할수록, 기존의 링크 중심 유입 구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성형 AI 시대에 ‘출처 클릭’과 트래픽 구조 변화는 업계가 민감하게 보는 지점으로, ChatGPT 출처 감소 추세 같은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네이버가 ‘통합’과 ‘실행’을 전면에 둔 배경에는, 검색 경험 변화가 곧 수익 모델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쇼핑 검색 데이터 인프라 강화와 구매 결제까지 잇는 자동화 경쟁
에이전트N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네이버가 반복해 강조한 것은 데이터다. 김범준 네이버 COO는 에이전트N이 실제 서비스에서 구매와 결제로 이어지는 사례를 공개하며, 쇼핑 에이전트의 경우 ‘실제 구매자·예약자만 남길 수 있는 리뷰’와 판매자 재고 데이터처럼 신뢰도 높은 메타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검증하는 체계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국내 커머스·로컬 시장에서 네이버가 가진 강점과 맞물린다. 상품 탐색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리뷰·재고·결제·예약 같은 실행 데이터가 쌓일수록 에이전트의 추천 정확도와 전환율은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AI 추천이 구매로 이어지는 순간부터 검색은 ‘정보 서비스’가 아니라 ‘거래 인프라’에 가까워진다.
네이버는 사업자 영역에서도 통합을 예고했다. 내년부터 ‘에이전트N 포 비즈니스’를 순차 공개해, 쇼핑·광고·플레이스 등으로 분산된 솔루션과 데이터를 하나의 허브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자가 AI 기반으로 환경을 분석하고 현황을 진단·개선하도록 돕는다는 설명인데, 이는 결국 광고 운영과 상품 노출 전략까지 AI 중심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색과 구매의 접점 변화는 AI 검색엔진이 만드는 구매 변화에서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이처럼 네이버의 통합서비스 확대는 이용자 편의 개선을 넘어, 플랫폼 안에서의 탐색과 거래를 더 촘촘히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용자에게는 ‘검색→비교→예약·결제’의 단절을 줄이는 변화가 될 수 있지만, 사업자에게는 AI 추천 로직에 맞춘 콘텐츠·상품·리뷰 관리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소버린 AI 2.0과 제조 AX 확산을 위한 GPU 투자
네이버는 소비자 서비스만이 아니라 B2B 축에서도 AI 확장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소버린 AI 2.0’을 기반으로 산업별 버티컬 AI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하며, 제조·방산 등 현장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AI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하면서, 조선·에너지·바이오 등 주요 산업 기업과 협력해 제조 전 과정에서의 AI 활용을 고도화하고, 사우디·태국·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레퍼런스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AI 접근성이 낮은 헬스케어·농업 분야로의 확장도 함께 언급됐다.
인프라 투자 계획도 구체적이다. 네이버는 AI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투자를 확대하고, 2026년까지 1조원 이상의 GPU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제2사옥 ‘1784’와 세종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피지컬 AI 테스트베드도 본격 운영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생태계 투자도 병행된다. 네이버는 AI 시대에 창작자 가치 보상과 콘텐츠 확보를 위해 내년에 2000억원 규모를 콘텐츠 투자와 창작자 보상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에 따르면 2009년 1000명으로 시작한 창작자 보상 프로그램 참여자는 올해 61만명까지 확대됐다. 산업·콘텐츠·플랫폼을 동시에 끌고 가겠다는 이번 구상은, 국가 차원의 AI 전략 논의가 커지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관련 배경은 국가 인공지능 발전 계획에서도 꾸준히 다뤄져 왔다.
결국 네이버가 내세운 통합서비스 확대는 하나의 기능 추가가 아니라, 검색·쇼핑·광고·산업 AI까지 관통하는 구조 개편에 가깝다. 에이전트가 어디까지 ‘실행’을 대행하게 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플랫폼의 데이터·신뢰·책임 설계가 어떤 기준으로 정교화될지가 다음 국면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