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기술 분야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행정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새 정책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핀테크, 바이오, 스마트모빌리티처럼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영역에서는 기존 법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사업이 멈추거나 안전 우려가 커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서울시는 그동안 규제 공백과 과잉 규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회색지대’를 줄이기 위해 기업 간담회와 포럼을 정례화하고, 규제 샌드박스 연계와 법률 자문을 통해 현장의 애로를 조정해왔다고 설명해왔다. 최근에는 시정 핵심 과제로 ‘규제혁신 365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불필요한 규정 정비를 지속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프레임워크 공개는 이런 흐름을 한데 묶어, 기술혁신을 지원하되 시민 안전성을 전제로 한 기준을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전환 국면에서 행정이 어떤 룰을 갖고 움직이는지가 투자와 실증, 그리고 산업발전의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신기술 규제 정책 프레임워크 공개 배경과 목표
서울시는 로봇·바이오·핀테크·AI·스마트모빌리티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규제 이슈를 발굴하고 개선하기 위한 공론장을 최근 몇 년간 분기별로 운영해왔다. 시는 이 과정에서 규제 대응 컨설팅과 법률 자문 등을 통해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 문제를 조정해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기술이 바뀔 때마다 그때그때 예외를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어떤 조건이면 허용되고, 어떤 조건이면 보완이 필요한지’를 체계적으로 제시하겠다는 데 있다. 서울시가 ‘규제철폐’를 시정 화두로 제시한 뒤, 선언적 정비를 넘어 365일 상시 개선 체계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신기술 실증에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지는 순간이다. 서비스가 플랫폼, 알고리즘, 센서, 데이터 제공자까지 여러 층위로 얽히면 사고나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규정만으로는 판단이 늦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런 지점을 행정적으로 정리해,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민 입장에서는 안전성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규제 샌드박스와의 연결 고리 디지털 전환 실증의 현실
한국의 규제 샌드박스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협업하는 체계로 운영되며, 분야별 주관 부처가 소관 법률에 따라 제도를 운용하는 구조다.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쟁점은 국무조정실 주관의 협의 체계를 통해 조정되는 것으로 안내돼 있다.
서울시의 프레임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앙정부 제도와 별개로 지자체 차원에서 실증과 인허가, 현장 점검, 시민 수용성이라는 ‘실행의 디테일’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심 실증은 도로, 보행, 안전, 데이터 처리 등 여러 부서의 결재선이 겹친다. 프레임워크가 이 교차 지점을 정리하면 기업은 실증 일정과 요건을 더 명확히 잡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규정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과 “규정이 너무 많아서 못 한다”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 서울시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간담회와 포럼을 운영해왔고, 이번 정책 공개는 그 논의를 제도 언어로 옮겨놓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결국 디지털전환의 속도를 따라잡는 행정 역량이 도시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산업 발전과 안전성 사이 서울형 거버넌스가 남긴 과제
신기술 규제는 국내만의 고민이 아니다. OECD 글로벌 컨퍼런스에서도 AI 등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규제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고, 분야 경계가 무너지며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지는 도전이 논의된 바 있다. 이런 국제적 문제의식 속에서 서울의 프레임워크는 도시 차원의 대응 모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프레임워크가 실제로 힘을 가지려면 ‘원칙’만이 아니라 실행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실증 단계에서의 안전 기준, 데이터 처리와 개인정보 보호, 사고 발생 시 보고 체계, 민원과 갈등 조정 방식까지 연결돼야 기업과 시민이 체감한다. 서울시가 강조해온 기술혁신 지원이 ‘빠르게’만이 아니라 ‘안전하게’라는 조건과 함께 설계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사례는 로봇과 스마트모빌리티처럼 보행 공간을 공유하는 기술이다. 도심은 고령층, 어린이, 관광객이 섞여 이동 패턴이 복잡해 작은 사고도 사회적 파장을 키운다. 프레임워크가 이 영역에서 안전성 평가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면, 실증은 촘촘해지고 상용화는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 규정이 ‘브레이크’가 아니라 ‘레일’이 되는 순간이 가능할까, 서울의 선택이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