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새 지원 프로그램을 출범시키며, 창업 생태계의 ‘규모’와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핵심은 공간과 멘토링 같은 기초 인프라부터 대기업 협업, 해외 진출, R&D 실증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것이다. 시는 서울창업허브를 포함한 총 24개 창업지원시설을 운영하며, 입주 공간 제공과 네트워킹, 투자유치 연계를 병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미 시의 관련 정책을 통해 누적 해외 진출 907개사, 투자유치 1,827억원, 매출 2,384억원, 해외 법인설립 117개사 성과가 집계된 만큼, 이번 체계 개편은 ‘지원’의 총량뿐 아니라 실행 방식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글로벌 생태계 평가기관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에서 서울이 창업하기 좋은 도시 9위에 오른 이력도, 도시 단위의 경쟁이 치열해진 현실을 보여준다. 결국 관건은 행정 주도의 정책이 현장의 혁신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느냐, 그리고 유망 기업이 서울을 ‘거점’으로 선택할 유인이 충분하냐는 점이다.
서울 창업지원시설 24곳을 묶어 기술 스타트업 성장 경로를 넓히다
서울시의 이번 창업 지원 구상은 ‘시설 네트워크’를 전면에 내세운다. 성장 단계의 스케일업과 해외 진출, 오픈이노베이션을 담당하는 창업허브 8곳과 예비·초기 단계에 밀착 지원을 제공하는 창업센터 16곳을 운영해, 단계별 수요를 분리하겠다는 구조다. 창업허브에는 공덕, M+, 창동, 성수 외에도 서울핀테크랩, 서울AI허브, 서울바이오허브, 스케일업센터가 포함된다.
특화 전략도 동시에 작동한다. 예컨대 공덕은 로봇·AI, M+는 마곡 기반 IT·나노 협력, 창동은 뉴미디어와 마케팅, 성수는 ESG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해 왔다. 같은 ‘지원’이라도 분야별로 필요한 네트워크와 실증 환경이 달라지는 만큼, 거점별 역할을 분명히 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는 제품 개발보다 ‘시장 접근’이 먼저 막히는 일이 흔한데, 창동에서 팝업스토어나 콘텐츠 제작 역량을 함께 제공하는 구조는 이런 병목을 겨냥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트업플러스와 온라인 정보 통합이 가져올 변화
서울시는 온라인 창업 플랫폼 ‘스타트업플러스’를 통해 지원사업 정보, 스타트업과 투자자 데이터, 기술 거래 기능을 한데 모은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관심 분야 기반의 자동 추천·매칭, 온라인 밋업, 기술 컨설팅과 기술이전 연계까지를 하나의 화면에서 처리하는 구상이다. 오프라인 행사나 특정 인맥에 의존하던 정보 비대칭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디지털 시장에서 ‘노출’과 ‘발견’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만큼, 정책 플랫폼도 검색 환경 변화와 맞물린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확산 이후 검색과 유입 구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이어져 왔고, 이런 변화는 초기 기업의 마케팅 비용과도 직결된다. 관련 흐름은 AI 기반 검색 시장 변화에서도 정리돼 있다. 결국 플랫폼 통합은 ‘정책 접근성’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에서의 실제 생존 조건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대기업 협력 오픈이노베이션과 해외 진출 지원을 동시에 가속
서울시는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 협력과 투자유치를 엮는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기술 매칭, 공동 연구개발, 기술 실증을 통해 ‘PoC 이후’ 단계로 넘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사업화 지원금과 입주공간, 투자사 연계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울창업허브 공덕·M+·창동·성수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바이오·AI·핀테크 분야까지 협력 축을 넓히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해외 진출 지원은 현지 액셀러레이팅과 해외거점을 결합한다. 베트남, 인도, 스페인, 싱가포르, UAE, 독일 등 6개국에서 사무공간과 시장조사, 컨설팅,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글로벌 전시·행사 참여도 지원 대상으로 제시됐다. CES(미국), SLUSH(핀란드), SusHiTech(일본) 같은 무대는 투자자 접점뿐 아니라 파트너 발굴의 통로로 활용돼 왔다. 서울시가 누적 해외 진출 성과를 ‘정책의 결과’로 제시한 배경에는, 바로 이런 접점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후속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예산 투입과 성과 지표가 남긴 과제
서울시는 2025년 3월 11일, 창업지원 사업에 265억원을 투입해 약 800개 스타트업을 선발·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연합뉴스 보도). 또한 핵심 거점 4곳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과 대·중견기업 연계를 강화하고, 누적 성과로 해외 진출 907개사와 투자유치 1,827억원 등을 제시했다. 숫자는 정책의 추진력을 보여주지만, 현장에서 더 민감한 건 ‘어떤 기업이 어떤 단계에서 무엇을 얻었는가’라는 질적 지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선 제품 경쟁력 외에도 현지 규제, 유통, 결제, 채용 같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해외 거점 운영이 단순 사무공간 제공을 넘어 ‘현지 의사결정자’와 연결되는지 여부가 성패를 가른다. 해외 판로 개척과 디지털 광고 효율이 얽히는 현실은 AI 검색과 구매 행동 변화 같은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지원 정책이 ‘수출 상담’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유통의 실제 전환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가 다음 시험대다.
서울 Vision 2030 펀드와 서울형 R&D로 딥테크 기술개발을 뒷받침
자금과 기술개발 축도 함께 제시됐다. 서울시는 서울 Vision 2030 펀드를 통해 AI와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벤처·창업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2023~2026년 기간에 총 5조원 조성을 목표로 한다. 시 출자 규모로는 3,500억원(예정)을 제시했다. 디지털 대전환, 바이오, 첨단제조, 창조산업, 스케일업 등 세부 트랙을 나눠 자금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계가 특징이다.
기술개발 지원은 ‘서울형 R&D’와 테스트베드 실증으로 구성된다. AI, 바이오·의료, 양자산업, 로봇, 창조산업, 핀테크 등 6대 신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민간·공공 현장을 활용한 실증 장소 제공과 연구개발비 지원, 실증확인서 발급 및 후속 지원까지 연결한다. 특히 공공 현장에서의 실증은 레퍼런스를 만들기 어려운 초기 딥테크 기업에게 ‘첫 고객’의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정책의 큰 방향은 국가 단위 전략과도 맞물린다. 정부 차원의 인공지능 발전 계획과 산업 정책 흐름은 국가 인공지능 발전 계획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의 과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연구개발 성과가 투자와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연쇄’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촘촘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