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항 업계가 수주내 항공연료 공급부족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유럽연합(EU)에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BBC와 가디언, 로이터가 전한 내용에 따르면, 국제공항협의회 유럽지부(ACI Europe)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안정적으로 재개되지 않을 경우 EU가 약 3주 안에 구조적 제트연료 부족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항공유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물량 자체가 흔들리면 공항 운영과 항공 연결망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업계는 단순한 비용 상승을 넘어, 항공편 감편과 노선 재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관광·물류·수출입까지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럽은 탄소중립 전환과 환경 규제 강화 속에 역내 정유 인프라를 축소해왔고, 그 결과 항공유 같은 석유제품을 외부 공급망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됐다. ACI Europe은 항공산업을 떠받치는 연료수급 구조가 흔들릴 때 경제 전반이 받는 파급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자율에만 맡기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메시지를 EU 집행위에 전달했다.
ACI Europe “3주 내 구조적 항공연료 공급부족” EU에 긴급 서한
로이터에 따르면 ACI Europe은 4월 9일 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수주내 유럽이 항공연료 공급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한은 에너지·관광 담당 집행위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ACI Europe의 올리비에 얀코벡(Olivier Jankovec) 사무총장이 문제의식을 주도했다.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물량’이다. 업계는 제트연료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공항 급유 운영이 차질을 빚고, 항공사들이 일정 축소나 우회 운항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여객편뿐 아니라 화물편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단기 혼란이 장기적인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경고의 배경이다.

ACI Europe은 또한 EU 내부 논의 과정에서 항공유 생산과 유통, 비축 수준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감시하는 체계가 충분히 정교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경보가 ‘늦게’ 울리면 대응 수단이 급격히 제한되기 때문에, 조기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첫 단추라는 주장이다.
호르무즈 해협 변수와 급등한 항공유 가격, 유럽 항공산업 비용 압박
가격 지표는 이미 비상등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유럽 기준 항공유 가격은 최근 1톤당 1,83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분쟁 국면 이전에는 800달러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면세뉴스 보도에서는 최근 몇 주 사이 제트연료 가격이 배럴당 150~200달러 수준까지 올라 두 배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연료비는 항공사 비용 구조에서 비중이 큰 항목이다. 같은 보도는 연료가 항공사 운영비의 최대 25%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기마다 유류할증료 조정이나 노선 수익성 재평가를 반복해왔지만, 이번에는 물량의 ‘절대적 부족’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며 대응 난도가 한층 높아졌다.
가디언은 운임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더 큰 위험은 연료가 아예 부족해 개인과 기업이 이동과 수출을 포기하는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실제로 성수기 수요가 겹치는 시점에 항공편이 줄어들면, 관광지 숙박업·렌터카·전시 산업까지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에너지위기가 항공 네트워크의 ‘물리적 축소’로 번질 경우 파급은 숫자보다 체감이 더 빠르다.
해운 데이터 제공업체 보텍사(Vortexa)는 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마지막으로 통과한 유럽행 항공유 운반선이 4월 6일 로테르담에 도착했다고 밝혔다고 전해졌다. 공급 경로가 제한되면, 가격이 오르는 속도보다 재고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이 업계의 긴장감을 키운다.
항공연료 중동 의존 60% 넘는 유럽, EU 공동 구매와 규제 완화 요구
ACI Europe이 특히 강조한 것은 유럽의 취약한 구조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은 탄소중립 전환과 환경 규제 강화 속에 정유시설을 줄여왔고, 그 결과 항공유 같은 석유제품을 중동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 ACI가 문제 삼은 항공유는 걸프 지역 정유시설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60%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구조에서는 원유를 확보하더라도 역내에서 빠르게 항공유로 전환해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 연합뉴스 보도는 한국이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대규모로 수출하는 구조와 대비해, 유럽은 특정 석유제품을 외부에서 바로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CI Europe은 EU 차원의 공동 구매, 항공유 수입 규제의 한시적 완화 같은 정책 대응을 요구했다. 또한 공항·항공사·지상조업 인력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함께 거론됐다. 공항 산업이 유럽 경제에 연간 약 8,510억 유로를 기여하고 약 1,40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업계 추산이 제시된 만큼, 단기 연료 쇼크를 ‘항공산업 내부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관련 국제 정세 이슈를 추적하는 독자들은 국제 제재 관련 이슈 정리처럼 공급망과 직결되는 정책 변수를 함께 살펴보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업계는 이제 질문을 던진다. 단기 가격 급등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실제 연료수급 공백이 생겨 공항 운영과 비행기 운항 스케줄이 재편되는 단계로 넘어갈 것인가. ACI Europe의 경고는, 위기의 성격이 ‘비용 부담’에서 ‘운항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